집에서 쓰는 라이젠 1600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중고로 보드까지 싸게 줏어온 물건이었는데 그래도 b350 보드라서

언젠가는 CPU 업글해야지 하면서 기다렸던 물건이죠.

그러다가 정말 싼 가격에 5600을 알리에서 줏어왔습니다.  

105000원이었죠...

룰루랄라 하면서 CPU를 끼웠는데 아니 이게 웬걸..??

분명히 5000번대 CPU를 지원한다는 바이오스 업글까지 했는데도

5600으로 부팅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보드는 b350 보드중에서는 안좋기로 유명한 바이오스타 TB350 보드..

b350 주제에 램슬롯도 2개고 심지어 M.2 슬롯도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b350 보드 중에서 M.2 슬롯 없는 보드로는 유일할걸요?

바이오스 조차도 한참동안 지원이 없다가 5000번대 지원 베타라면서

달랑 새 버젼 하나 올려놓고는 그 이후로도 반응이 없는 물건이었죠.

아 역시 베타인가 역시 바이오스타인가...

결국 업글을 포기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이 작업을 하는 도중에 무슨 실수를 한 건지

램 슬롯이 하나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해서..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었죠.

그럼 이제 5600을 방생해야 하는가 새 보드를 사야 하는가...

그러다가 우연히 당근에서 눈에 띄인 기가 막힌 딜...

b450 토마호크 맥스 보드와 라이젠 2400G CPU.. 그리고 덤으로 4기가

메모리 까지 포함해서 단돈 7만원이라..

냉큼 업어왔죠...

b450 토마호크 맥스면 꽤 상급 보드라서... 기대가 컸습니다.

새롭게 조립한다는 마음으로 비장의 케이스와 파워도 꺼내왔죠.

델타 650W 파워와 3.5인치 6개를 핫스왑할 수 있는 빅타워 케이스...

정말 옛날에 장만했던 물건인데 원체 좋은 물건이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었죠.

그래 간만에 이걸 써서 조립해보자...

하드 베이가 6개나 되는 물건이니 안쓰던 500기가 하드도 전부다 꺼내서 연결해서

레이드나 해서 돌려야겠다... 해서 룰루랄라 조립을 했는데..

부팅이 되기는 되는데... 0.5GHz로 도는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검색해보니까 0.5GHz로 클럭이 고정되어 버리는 일이 간혹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일단 바이오스를 조져봤죠..

마침 검색해보니 토마호크 맥스 보드가 바이오스 35 버젼에선가 0.5GHz 문제가 터졌는데

바이오스 버젼을 낮췄더니 해결했다는 외국 글까지 있더라구요.

그래서 바이오스 버젼을 한단계씩 다운그레이드하면서 진짜 엄청 테스트를 했는데 죄다 실패했습니다.

뭐 그 이후로도 온갖 삽질을 하면서 이것저것 테스트를 했죠..

근데 신기한게 처음에 키면 0.5GHz로 클럭이 고정됩니다.

근데 그 상태에서 소프트 리셋을 해서 껐다 키면 정상이 되는겁니다...

(사실 완전 정상은 아니고.. CPU와 램에 전압이 거의 MAX로 들어가더군요...

DDR4에 1.4V가 들어가니... 돌아간다뿐이지 이상 상태인건 마찬가지)

그래서 정 안되면 이 상태라도 써야겠다.. 한번씩 리셋해주면 되겠지 했는데

하드 리셋은 안되고 Ctrl+Alt+Del이나 [다시 시작]을 선택해서 하는 소프트 리셋만

해야 되는지라...

근데 0.5GHz로 윈도우 부팅하는게 진짜 진짜 느립니다...

부팅 도중에는 당연히 C+A+D 리셋은 안되고...

그래서 좀더 빠른 시점에서 C+A+D로 리셋이 안될까 고민하다가...

윈도우를 2개 깔면 윈도우 선택 화면이 나오잖아요? 거기서라면 C+A+D가 먹을 것 같아서

윈도우 2개를 깔았는데... 아.. 거기서도 C+A+D가 안먹더라구요...

그래서 그럼 GRUB에서라면 C+A+D가 먹겠지? 해서

리눅스까지 깔아서... GRUB까지 설치했더니 드디어 C+A+D가 먹기는 하는데..

컴퓨터 작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뭔가 보드 상태가 점점 더 불안해지는지

0.5GHz로 부팅 + 소프트리셋하면 정상화라는 루틴이 깨지고

자꾸만 삑삑삑 거리면서 부팅이 완전 실패하는 경우가 잦아져서...

아 이게 아닌가보다...

검색해보니 온도 측정 센서 오류로 인한거다.. 라는 얘기가 많아서..

그럼 전압을 고정하면 되지 않을까?

PSS를 끄면 되지 않을까?

이것저것 아무리 테스트를 해봐도 계속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이 보드는 일단 어떻게든 한번 정상으로 켜지면 돌기는 도니까

서버로나 써야겠다 싶어서...

케이스도 없고.. 이딴 보드에 케이스를 달아주는 것조차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헐벗은 컴퓨터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플라스틱 바구니에다가 보드와 파워만 달아서..

심지어 바구니에 위치 고정은 그 빵끈 있잖아요? 철사가 들어있는 빵 포장용 끈...

그걸로 대충 고정시켰습니다.

파워도 창고 구석에서 오랫동안 잠자던 진짜 초고대의 물건...

보조파워핀도 8핀은 커녕 6핀조차 없고 달랑 4핀 보조파워 하나만 있는...

아마도 펜티엄4? 시절에나 썼을 것 같은 파워를 가져와서 썼죠.

메인보드의 8핀 보조파워 끼우는 곳에 4핀 짜리만 끼워도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되더라구요...

아니 근데 웬일..? 잘 되네요..??

근데 여기서 잘 된 원인에 대해서 착각을 해버렸습니다...

이 중고보드를 사면서.. 쿨러를 안줬는데 전주인이 쿨러를 떼면서

쿨러가이드(백플레이트)까지 다 떼어간 것 같더라구요...

원래 백플레이트는 보드 기본 부속인데.. 이게 없다보니 쿨러를 달 수가 없는겁니다.

그래서 라이젠 1600 시스템에서 쿨러가이드를 떼내서 쓰고 있었죠...

근데 모든걸 포기하고 라이젠 1600 시스템으로 원복하려고 했으니..

쿨러가이드도 라이젠 1600으로 돌아갔고...

쿨러 가이드가 없으니 쿨러를 달 수가 없어서 그냥 쿨러를 얹어만 놓은 상태였습니다.

써멀 구리스만 발라놓아도 꽤 접착력이 있으니까요..

케이스에 넣을 수는 없지만 바구니에 놓는거야 문제가 없죠.

애초에 쿨러 가이드가 없어서 바구니에 조립할려고 한거기도 하고...

아 근데 바구니로 조립하니까 되다보니.. 모든 문제의 원인이 쿨러에 있다고 생각한거죠..

쿨러 가이드가 물리적으로 간섭하나..?

아니면 쿨러의 히트파이프가 센서하고 가까운가..?

이걸로 또 한참 테스트를 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불현듯 깨달은 한가지 깨달음..

설마 파워..?

아니 설마.. 델타인데? 650W인데..? 파워가 모자란다고?

거진 20년은 된 것 같은 250W 파워에 4핀 보조 파워로도 잘 되는데..??

설마 설마 하면서... 돌아가는 다른 컴퓨터를 하나 갖다가 파워를 뗐습니다...

근데 되네요...?

와 정말 소름끼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게.. 처음 리셋이 걸리는 순간.. 전기를 확 땡겨가서 사용하는데...

델타 파워가 오래된 물건이라서 그런건지... 아님 고장이 난건지..

그때 전기 공급이 시원치 않고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 리셋을 하면 상황이 틀린거죠...

파워 브랜드를 믿기도 했고.. 사용에 있어서 파워 공급이 별 이상이 없어 보였기에 

파워는 전혀 의심을 안했었습니다...

완전히 속은거죠..

그래서 이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그래서 이제 최종 조립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근데 테스트를 진짜 너무 많이 해서.. 가지고 있던 써멀 구리스를 다 써버린 것이었습니다...

조그만것들이긴 하지만 3통이나 되었는데...

써멀 구리스를 어디 구해올 곳도 없고.. 도저히 기다리기 힘든 상황...

예전에 처남이 자기 쓴다고 샀다가 안쓰고 저한테 줬던 고급 써멀 구리스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특별한 컴퓨터를 조립할때 써야지 했는데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창고를 뒤져서 그 써멀 구리스를 찾아냈습니다...

포장을 뜯었는데... 주사기가 좀 이상하더군요..?

끝에 진짜 바늘이 달려있는겁니다.. 아주 얇은 바늘이...

저런 얇은 바늘로 구리스가 제대로 나오기는 하나..?

너무 고급 구리스라서 조금씩 짜서 사용하는건가?

어쨌든 바늘 구멍이 작으니까 상당히 세게 눌러야 할 것 같아서 힘을 줘서 눌렀습니다..

그 순간 찌익 하면서 뭔가 액체가...

아아아 세상에

저는 이게 뭔가 했습니다...

이게 리퀴드 메탈이라는 물건이더군요...

써멀 구리스 대신에 쓰는 고급품인거 같은데...

전 첨 구경해보는 물건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사방으로 튄겁니다...

램에도 튀고.. 보드에도 튀고... 

이게 잘 닦이지도 않습니다... 표면장력이 대단히 강한건지...

휴지나 면봉을 가져다대도 닦이지가 않고 옆으로 밀려나죠...

그래서 캐패시터 밑에 뭐 이런 곳에까지 들어가버렸습니다...

일단 보이는 곳만 닦을 만큼 닦고.. 뭐 설마 뭔 일 있겠어? 싶어서 방심했습니다..

보기에는 금속처럼 보이지만 저거에 전기가 통할 일이 없겠지..??

써멀 구리스로  쓰는 물건인데 전기가 통하면 골치아플거아냐..

그런 바보같은 물건을 만들었을리가 없겠지...

하여튼 그래서 CPU에 남은 리퀴드 메탈을 발랐는데..

이게 CPU위에 있는 리퀴드 메탈도 CPU 표면에 붙어있는게 아니라..

아차 싶은 순간 도르르르 굴러가더니 보드위에 철퍽 하고 떨어지더군요.

뭐 이딴 물건이 있나 싶엇습니다.

하여튼 설마 설마 하면서 보드를 켰는데..

아아 타는 냄새가..

예.. 리퀴드 메탈은 전기가 통합니다...

그리고.. 보드는 사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금요일부터 시작한 3일 동안의 삽질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지금 너무 허탈한 심정이네요...

그 고생을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는데... 써멀 구리스가 모잘라서...

지금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셈 치고 물로 보드와 램을 세척했습니다.

하지만 리퀴드 메탈 이놈.. 물에도 잘 안씻겨내려가는군요...

잘 보니까 캐패시터 밑에 엉겨붙은 놈은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보드가 살아날 확률은 거의 제로인 것 같습니다...

램이라도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너무 허탈해서 3일간의 삽질에 대한 기록이라도 이렇게 남겨봅니다...

컴퓨터 한대 조립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쓴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리퀴드 메탈.. 지금 옷에도 잔뜩 묻고.. 장판에도 묻고..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완전히 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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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글로 보기만 해도,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네요.
    뭔가 액땜했다 생각하시라는 말씀밖에는 어떤 위로도 안 될 거 같아요;;
    (심지어 위의 추천 버튼도 "흥미롭네요"라니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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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E타운 추천 버튼 문구가 좀 시크하긴 하죠.. 훗, 흥미롭군.. 이런 느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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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누니 스트레스도 반이 되는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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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시간. 3일을 허비하셨군요. 그래도 리퀴드메달에 관한 배움이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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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퀴드메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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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근체에는 물과 전도체는 가까이 하는 것이 아닌데... 리퀴드 메탈 무섭네요. 요즘 수냉 쿨러도 문제죠. 그래서 서버나 비싼 컴퓨터에는 수냉쿨러를 잘 않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