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 나리타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갈아탄 적이 있습니다.
토론토에서 처음 발권할 때부터 게이트 번호도 안 찍혀 있고 뭔가 수상쩍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나리타에 내려 보니 어디서 환승하라는 안내가 전혀 없더군요.
한참을 이리저리 물어서 유나이티드 항공 안내데스크를 찾았는데
환승하려다 물먹은 승객들만 다들 어리둥절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고 직원은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그렇게 2~3시간을 기다리니 드디어 직원이 나타나서 항공편이 취소되었다고 하더군요.
토론토에서 발권할 때도 게이트가 안 찍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최소한 16~17시간 전부터 이 항공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걸 이제야 알려주나? 피곤해 죽겠구만...
덕분에 수십 명의 승객이 호텔에서 공짜로 자고
호텔 부페도 공짜로 두 끼나 먹고 다음날 느긋하게 출발했습니다 ㅋㅋ
법대로라면 보상금도 받아야 하는데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생각을 못 했네요.
아무튼 일처리 엉터리로 해서 더 큰 손해를 보는 건 이 항공사 주특기인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도 해외토픽에 이 항공사 이름이 뜨더니... 어제도 큰 사고를 쳤네요.
시카고에서 자기네 직원들을 태울 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승객을 두들겨패고 비행기에서 쫓아냈답니다.
그것도 다음 날 진료 예약이 있어서 꼭 가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을... ㄷㄷㄷ
비행기에 자리가 부족할 때 쫓아낼 승객을 선택하는 알고리즘은 아주 간단해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도 하필이면 이 분을 선택한 이유를 본의 아니게(?) 공개해 버렸는데요...
가족 단위로 여행하는 사람은 우선 제외하고
그 밖의 승객들 중 제일 싸게 예약한 사람부터 쫓아낸다고 합니다.
보상금 금액이 표값에 비례하므로...
제일 싸게 예약한 사람이라면 대개 오래 전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미리 예약한 사람이겠죠?
실속 챙겨도 호갱님, 안 챙겨도 호갱님이 되는 겁니다...
앞으로 미국 비행기 탈 때는 이렇게 완전무장을 해야겠네요.
테러범이 아니라 승무원이 무서워서...
땅콩 먹기는 좀 불편하겠지만 목숨이 걸린 판에 땅콩이 문제인가요? ㅋㅋㅋ
유나이티드 승객들 근황.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