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수적인 동네인 대구에서 20살까지 지내다 보니
거기다가 집안 자체가 어린 시절에는 여자와 남자가 겸상도 잘 안하던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여성을 이해 한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보수적인 인식의 벽을 넘기는 힘들었습니다.
상대적이라고 타인이 보기에는 여성에게 잘해주는 수준이 아닌데 저 혼자는 살뜰하다고 느끼는 그런 틈이 컸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지금도 그리 크게 바뀌었을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어쩔수 없는 인식의 한계라는 것이 저 안에 내재하고 있을것이기에...
더더욱 나이도 들고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이런 무뚝뚝함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하다보니 안사람과 불화는 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겁니다.
크게 싸우지는 않지만 저 스스로는 안사람에게 잘해준다 인식하고 마누라는 불만이 조금씩 꾸준히 쌓이는 형국이었는데
마침 넷상에서 메갈 문제가 많이 떠돌고 있을때였습니다.
많은 정보가 노출되다 보니 흥미도 생기고 저로서는 선명하게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아 딱히 판단하기 힘들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해당 부분의 정보가 많이 노출되어도 이게 무작위로 축출해서 뽑아낸 내용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한 부분만 많이 노출시킨다면 그 정보로는 비뚤어진 정보일 수 있어서...)
메갈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모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보니 스스로 판단은 하기 힘들고 그럴땐 제가 비교적 신뢰하고 있던 집단의 판단에 기대어 봐야 하는데 거기서도 의견이 나뉘는거 같으며 비판하는 이유도 지지하는 이유도 둘다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내용들을 계속 찾아봤었고 그러다 부부사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맞벌이가 많다보니 학교에서 갑자기 생기는 휴교일에는 부모가 둘다 일을해야 해는 상황이라 난처해 질때가 있다.
아이를 다른 가족에게 맡길 수 있으면 문제가 없어지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어머니와 아버지 중에 한 사람이 아이를 보아야 하고
한국사회에서는 당연하게 그 책임이 어머니에게 전가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침 몇일전에 딸애가 생각못한 휴교로 학교를 쉬게 되었고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나가야 하는 일이 있었고 저도 일이 밀려 있어서 서로 아이를 보라며 언성이 좀 높아졌었습니다.
전 저의 노동이 가족의 생계유지와 밀접하기에 저의 노동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고 마누라는 평소에 아이와 잘 못놀아 주는데 이번 기회에 아이와 좀 놀아주라는 요구였습니다.
뭐 결혼한 다수의 가정이 그렇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지는 구조라서 결국 제가 딸아이를 봤었지만 불만은 남아 있는 상황이었죠.
저의 노동시간은 수입과 연관되지만 안사람의 일정은 그것과 무관한 것인데 그걸 인지못한다는 불만이었습니다.
그런 앙금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맞벌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놓치고 있던것이 있더군요.
오래전 대기업오너가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해 출근을 했었고 그건 다수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그 헛점을 이용해 혼자의 편익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내용으로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저도 그 뉴스를 보면서 인간의 노동가치는 시대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개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절대적 가치는 공평하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었는데...
제가 안사람에게 보여준 시각이 마누라의 시간의 가치와 저의 시간의 가치로 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존중해 준 것이 아니라 노동의 교환가치로만 접근했더군요. 쉽게 말해서 내가 돈버니까 내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마누라에게 말한 것과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한참 고민을 하다 그날 저녁에 마누라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나의 시간을 안사람의 시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거 같다고. 단지 내가 돈을 번다는 이유로...미안하다며...
그 이야기를 듣자 마누라 눈가에 눈물이 고이더군요. 설움이 많았나 봅니다.
하여튼 그때 이후로는 마누라의 시간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뭐 워낙 보수적이라 저 혼자만 마누라의 시간을 존중해 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후로는 안사람과 사이가 많이 좋아는 진거 같더군요.
물론 지금도 구박은 받습니다.
아이와 잘 못놀아준다고 ㅜ.ㅜ
그냥 작년을 돌이켜 볼때 가장 남는게 의미있는게 이 사건인거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그 마음 변치 않고 다시는 같은 실수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