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fork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깃허브에서 클릭 한번으로 저장소를 복사하는 그 fork 말고, 이름까지 바뀌는 좀더 심각한 fork 말이예요.
그래서 재작년 이맘때쯤 XE가 fork되었을 때의 포럼글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Joomla, io.js, MariaDB, LibreOffice 등 해외의 유명 fork 사례들도 찾아보고 있어요.
자유 소프트웨어의 fork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XE 개발팀에서도 fork 환영한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린 적도 있지만
문제는 양식을 먹으려고 하면 항상 포크와 나이프가 함께 움직인다는 겁니다.
스테이크 한복판을 포크로 콱! 찍어서 들고 먹으면 야만인 같잖아요. 나이프로 썰어먹어야죠 ㅎㅎ
자유 소프트웨어의 fork도 마찬가지로 (오픈소스보다는 자유 소프트웨어라는 표현을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항상 기존의 코드베이스, 커뮤니티, 서드파티 자료와의 "단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요.
만약 fork한다면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해야 할 것인가...
프로그래밍, 커뮤니티, 운영측면에서의 세부과제들, 개발 로드맵 등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쓰기 시작한 계획서가 벌써 15페이지를 넘겨버렸네요.
(이쯤해서 인문계출신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ㅠㅠ)
당장 XE에 시급한 문제는 없으니 일단 XE3이 발표될 때까지는 묻어둘 계획입니다만
매년 한 번은 어김없이 제기되는 커뮤니티 운영 정책 문제, 개발 방향성 문제 등
계속 데자뷔가 보이는 것이... 어딘가 깊은 곳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게 틀림없다는 생각도 들고,
XE3가 나온다고 모든 것이 좋아질 거라는 꿈은 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P.S. 원소기호 "Xe" 제논(크세논)이라는 녀석이 원래 비활성기체라서 반응을 잘 안 하긴 합니다.
P.P.S. @misol 님의 NEcms 깃허브를 보니 아직 예전의 열정을 잃지 않으신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