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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 기억나시는 분들이 많으실려나요?

카시오의 걸작 시계 데이터뱅크입니다.

어렸을때 이 시계 차고 있는 친구 보면서 그렇게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계가 최초 생산된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70년대말쯤 될겁니다.

제가 이 시계를 처음 봤을때가 대략 84년 정도인것 같으니까요... 

시계라는거 자체가 귀하던 시절.. 

단순히 시계기능뿐만 아니라 월드타임, 전자계산기와 25개의 전화번호가 기억되는

이 전자시계는 그야말로 최첨단 전자공학의 상징같은 물건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사이즈에 이렇게 많은 기능이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시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요. 

이 시계는 저에게 정말 부럽고 좋은 기억속의 물건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시계가 최근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처남이 이 시계를 사서 잠깐 차고 다니다가 더이상 안차는걸 집사람이 줏어왔더라구요.

저는 이 시계가 아직까지 생산되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상식적으로 40년전 물건이 아직도 생산될 이유가...)

워낙 어렸을때 부러워했던 물건인지라 아직도 욕심이 나서 우연히 손에 들어온 김에

잠깐 차고 다녔었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전자계산기 기능은 이제 더이상 특별히 필요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저 작은 키보드를 손톱으로 눌러서 숫자를 입력한다는건 꽤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근데 문제는 전화번호부 기능이었습니다...

이게 8자리 밖에 입력이 안되거든요... (뭐 부가필드까지 다 동원하면 어떻게든 넣을 수 있긴 한데)

83년도에야 전화번호 길이가 짧던 시절이라 별로 문제가 안되었는데...

그땐 없던 핸드폰도 생기고..

전체적으로 전화번호가 길어진 요즘에는 도저히 못써먹겠더라구요.

그러면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 시계가 40년전에 만들어졌던 물건이라면야 전화번호입력 8자리로 충분했겠지요.

하지만 이건 최근 생산된 새 제품이란 말입니다...

8자리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거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름입력필드도 너무 짧고... 

전반적으로 최소한의 활용을 하기에도 너무나 불편합니다.

아니 애초에 왜 40년전하고 전혀 기능적으로 달라지지 않은겁니까?

대체 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거죠?

지금 이 상태로 충분하다?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당장 전화번호 입력필드의 길이가 모자란 판국에!!

그럼 가격이나 비용의 문제??

지금 이 시계가 4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비슷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밴드를 한번 볼까요.... 음 비교 불가군요.

애초에 전화번호 입력 자리수를 늘린다던가 이름필드의 길이를 늘리는데

비용이 발생할지 자체가 의문입니다. 

지금 이 시계는 전자적인 부품들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로우스펙이에요.

되려 너무 낡고 구하기 힘든 부품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겁니다.

그리고 예전에야 고작 전자계산기와 25개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는게 기술적 한계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저 폼팩터를 유지하면서 정말 다양한 기능을 더 넣을 수 있을겁니다.

키보드 달린 시계라는 오리지날리티라는게 얼마나 대단한겁니까??

근데 카시오의 선택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40년이 넘게 전혀 업그레이드 없이 똑같은 모델을 생산하다니요??

이게 무슨 명품시계도 아니고...

뭐 이미 업그레이드된 라인업이 따로 존재하고

저건 그냥 추억속의 물건이라서 옛날 모습 그대로 특별 한정 생산하는것도 아니에요.

40년간 꾸준히 생산해왔고 라인업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 업그레이드는 전혀 안했어요. 디자인이나 색깔다른 모델이 몇가지 있을뿐...

이렇게 쓸모없는 전화번호부 기능을 대체 왜 유지하는거죠??

 

요즘 일본이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후진적이던 관습들 몇가지가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온리 우편/팩스만을 이용해서 전혀 전산화가 안된 행정시스템이라던가..

(몇몇 이메일을 지원하는 분야도 있는데 놀랍게도 이메일로 뭔가를 보내려면

일단 양식을 프린터로 출력한 다음에 손으로 양식을 메꿔넣고서 그걸 다시 스캔해서

보내야합니다. 다른 식으론 받지 않아요... 이메일을 쓰라는거냐 말라는거냐!!)

아직도 종이에다 도장찍는 옛날 결제시스템만 이용해서 재택근무가 안되는 문제라던가..

이 카시오 데이터 뱅크를 보면서 비슷한 맥락의 감성을 느낍니다...

일본은 80/90년대가 분명 최전성기였었죠..

그때 뭔가... 그때에 사로잡혀있어요. 그 틀에서 빠져나올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 같습니다.

2020년에 40년전 그모습 그대로의 손목시계를 생산하면서 전화번호 입력필드 8자리를

강요한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저 멋진 디자인.. 역사와 전통성.. 키보드 달린 시계라는 개성... 

얼마든지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텐데 왜 발전을 멈춰버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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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영광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체되어 있는 분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