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CMS 개발 방향성에 관해서 여러가지 궁금한 점이 조금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일이 있다면 어떤 기능에 우선 순위를 두고 하나요?

2. CMS의 기능 중 어디까지가 서드파티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3. 개발 편의성, 퍼포먼스, 기능의 사용 용이성 중 어느 쪽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4. 메뉴얼을 작성, 수정 할 때의 귀찮음은 어떻게 감수하는 지 궁금합니다

 

요즘 개발을 하다보면 어떤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개발을 해야하는 지 고민되는 순간이 잦아서 라이믹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오픈소스 CMS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질문을 남겨봅니다

 

대한민국의 오픈소스 CMS를 선두하고 있는 라이믹스 개발팀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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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믹스는 XE에서 파생된 CMS이고, 과거에 XE용으로 만들어진 레이아웃, 모듈, 애드온 등이 여전히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믹스의 선택은 보편적인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라이믹스처럼 과거에 매일 필요가 없는 CMS라면 훨씬 깔끔하게 개발할 수 있겠지만, 그 대신 기존의 사용자층을 흡수해서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렵겠지요.

     

    1. 설계가 기능보다 우선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기능을 요청하지만, 온갖 기능을 추가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습니다. 코어의 구조 개선 및 역할 분담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과 맞지 않거나, 코어의 개발 방향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라면 아무리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것이라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라이믹스는 XE보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잘 들어 준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 은근히 많이 튕깁니다. 일부 고인물(?)들이 원하는 대로 2000년대 게시판 컨셉에 머물러 있다가는 라이믹스 생태계 전체가 도태되어 공멸하기 딱 좋으니까요. 때로는 새 기능이라는 당근을 던지고, 때로는 지원 종료라는 채찍을 쓰면서, 사용자와 서드파티 개발자들을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고 멱살을 잡아서 2020년대로 끌고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사용자 수나 중요도와 관계없이, 코어 수정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라면 기본적으로 모두 서드파티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코어에 들어 있는 모듈이나 애드온들 중에도 애당초 서드파티였어야 하는 것이 여러 개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코어가 탄탄해질수록 코어가 할 일은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코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구현할 수 없었던 기능이라도, 서드파티 자료만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게 되니까요. 가장 이상적인 코어는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대체 가능한 모듈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3. 퍼포먼스가 갑입니다.

     

    라이믹스는 수만 명이 접속하는 대형 커뮤니티에서, 그것도 XE와 달리 거의 순정에 가까운 상태로 많이 사용합니다. K리그1 소속 12개 팀 중 과반수가 라이믹스로 만든 팬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단시간에 폭발적인 접속을 버틸 수 있어야 하죠. 가장 눈에 띄는 사용자층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막강한 경쟁자인 W모 CMS가 느려터졌기로 유명하기도 하고요.

     

    물론 사용 편의나 개발 편의를 등한시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느리면 인기 없어요. 게다가 슈퍼캐시 만든 사람이 코어 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뭘 기대하겠어요? 빠른 게 최고입니다!

     

    4. 그래서 매뉴얼을 잘 안 쓰죠. AI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그냥 AI한테 시키려고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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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감사드립니다

    완전 처음 설계면 저도 완전 바닥부터 차근차근 짜면 될 것 같은데 이미 아래에 사용자가 어느정도 생기니 레거시 호환의 중요성도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레거시를 잘 유지하면서도 잘 발전해나가고 있는 라이믹스의 사례를 참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여쭈어보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서 많은 참조가 되었습니다

    일단 큰 그림을 잡아보면서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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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CMS를 쓰는 이유는 '한국형 보드'입니다. 굳이 보드를 쓸 이유가 없는 경우는 블로그 또는 소셜 미디어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쇼핑의 경우는 오픈커머스 만한게 없죠.

    한국이 아닌 전 세계로 보면 워드프레스, 윅스 등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분리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CMS는 윅스와 같은 형태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CMS는 그런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한참 멀어져서 일종의 갈라파고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은 익숙해서 느끼지 못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웹들이 구식이라는 인식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상적인 CMS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한국형 보드+외국형 포럼+소모임 생성(페이스북 그룹)+타임라인 구성의 네 가지 기능만 잘 갖추면 굳이 다른 기능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디자인(레이아웃)도 기본 구성의 퀄리티가 높다면 역시 필요없을 것입니다.

    한 때 트위터, 페이스북, 레딧 등의 서드파티가 유행했지만 기본 레이아웃이면 이미 충분히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Ycode, Framer, Webflow, Studio.design처럼 무료 플랜을 제공하되 사용량(페이지뷰, 유저, 페이지, 아이템 등)에 따라서 유료 플랜을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이야말로 웹2.0이라는게 나오기 한참 전에 이미 세계 최초로 웹2.0에 가까운 제로보드 등이 만들어졌음에도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로 인해 각자도생이라는 암흑기가 생겨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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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본문에는 딱히 명시하지 않았으나 제가 만들고 있는 것도 오픈소스 CMS이기 때문에 딱히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위는 아닙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사실 정확히는 제가 만들고 있는 건 CMS지만 BBS식 CMS가 아닙니다

    약간 블로그에 오히려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정말 단순히 개발 방향성 등은 여타 다른 오픈소스 CMS를 개발할 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지 궁금하여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내용은 대체로 동의하긴 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할만한 오픈소스 CMS는 이미 매우 많이 나와있고 엄청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글로벌 유저들은 해당 CMS를 이용할 것이므로 경쟁력에서 매우 힘들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긴합니다

    국내에서 XE 쓰던 사이트들이 대부분 라이믹스로 그대로 넘어온 것 처럼 거의 몇년 전부터 해외에서 phpBB 쓰던 사이트들은 아직도 phpBB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국내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좀 더 현대화된 코드와 디자인으로 제공하고 그 다음 글로벌로 진출하는 편이 저는 오히려 더 간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개발 방향을 정하고 있긴합니다

    물론 제가 하는 말은 오픈소스 CMS 기준의 말씀이라서 말씀하신 부분과는 좀 궤가 다르긴 합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