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검열의 민주화"
이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 "정부에서 기어이 HTTPS 검열을 시작하려는것 같습니다." 제목의 글에
"
이건 해야 됩니다.
안하면 국가가 직무 유기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검열에 대하여 우려하는 것은 국가가 불법을 저지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인데요.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반대해야 겠지요. 하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더라도 국가의 불법, 부도덕한 행위에 대하여는 별도의 장치로 감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
란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자유와 검열"리란 제목으로 동영상 링크를 올렸는데,
동영상 내용은
미국의 광범위한 인터넷 사찰에 대한 비밀문서를 공개한,
미국 CIA와 NSA에 근무했던 에드워드 스노우든이란 사람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댓글과 이 동영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시정 요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http 차단을하던, https차단을 하던, 도메인 차단을 하던, IP를 차단하던 차단하는 기술적인 사항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간의 차단은 괜찮고 그동안 차단이 안되던 https를 차단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런 것 보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우리의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이 문제이지, 법에 의해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불법 사이트는 워닝을 띄웁니다. 아래의 스샷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이 워닝을 구현한 방식이 우리나라와 전혀 다릅니다. 운영자를 체포하고 서버를 압수해서 저 화면을 띄우거나, 호스팅 업체나 도메인 등록 업체에 협조요청을 해서 저 화면을 띄우는 서버로 A 레코드를 변경하도록 합니다. SNI 패킷을 감청할 필요도 없고, 실제 도메인에 연결된 IP 주소이므로 SSL 인증서를 위조할 필요도 없어요.
사찰(surveillance)과 검열(censorship)은 다릅니다. 스노든이 폭로한 것은 사찰이지 검열이 아닙니다. 사찰은 은밀하고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검열할 목적으로 인터넷 프로토콜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하는... 거의 해킹에 가까운 꼼수(SNI 패킷 감청이나 SSL 인증서 위조)를 쓰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들을 보면 SNS 플랫폼이나 ISP에 의한 사적인 검열을 문제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정부에 의한 검열을 걱정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에도 검열을 문제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죠.
왜 그럴까요? 차단 방법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나 마약 거래 사이트를 차단할 때 미국에서는 증거 수집, 영장 발부, 체포, 압수수색, 관련 기관과의 협조 등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처리하고, 저작권 침해 대응도 DMCA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저작권자와 사이트 운영자가 각각 소명할 기회를 줍니다. 사실 위의 워닝과 같은 사례는 차단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멀쩡하게 존재하는 주소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아예 그 주소(도메인, 서버, IP) 자체를 FBI에서 압수하여 메인화면을 바꾼 꼴이거든요. 범죄에 사용되는 재산은 압수할 수 있으니까요.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두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입니다.
운영자나 서버가 다른 나라에 있어서 체포하거나 압수하기 힘든 경우에도 끝까지 추적해서 입국 즉시 체포하거나, 해당 국가의 수사기관과 공조하여 잡아냅니다. 괜히 FBI가 무섭다고 하는 게 아니죠...
물론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이것저것 다 차단하려는 시도가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시민사회에서 들고 일어나서 저지시켰습니다. 그나마 이런 시도들도 영장 발부를 생략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 차단에 사용하는 기술적인 방법 자체를 바꾸자는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불법 사이트 차단도 이렇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지지하겠습니다. 불행히도 지금 논의되는 방법은 미국보다는 중국에서 쓰는 수법에 가까워 보이네요. 검열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찰을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에서 쓰는 방법은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광범위한 사찰 없이도 검열을 할 수 있는 구조이고요.